원래 내 삶은 한동안
생존을 위한 운동만 겨우겨우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인터넷사이트나 눈팅하고
주말에는 뭔가 일을 한건 아닌데 피곤하고 후회스럽고 자괴감들고 그런 삶이었는데...
사내 동호회에 우쿨렐레 동호회 생겨서
악기라도 하나 배워보면 인생이 좀 즐거울까 해서 충동적으로 등록했었다
배워놨다가 바닷가나 캠핑장같은데서 괜히 띵가띵가하면 운치있을거같기도 하고 설렜는데
나는 우쿨렐레 만져본적도 없는 핵뉴비라서
레슨을 따로 받아야될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동네에 우쿨렐레 레슨 알아봄...
근데 동네 레슨하는곳에서
'하고싶은 곡 마스터하기!'
뭐 이런식으로 문구가 있었는데
이거보고 혼자 숙연해졌다
왜냐면 우쿨렐레 잘 해보고싶다는 생각만 있었지
무슨무슨 곡 해보고싶다 이런게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우쿨렐레의 피상적인 이미지만 생각하고 악기라는 본질적인 면은 놓치고 있었구나
즐겁게 잘 할수나 있을까?
뭐 이런 생각이 들었음...
그런상태에서 사내동호회 시작
다같이 레슨을 받는걸로 얘기가 돼서 얼렁뚱땅 강사님 따라서 코드잡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우쿨렐레의 맑은 소리에 매력이 느껴져서 악기도 샀다
근데 이때까지는 우쿨렐레 호감은 가는데 레슨 안하는날엔 딱히 열심히 하는건아닌? 그런상황이었음
근데 사내동호회랑 별개로 남자친구도 우쿨렐레 마침 해보고싶다고 같이 악기 샀는데
남자친구가 우쿨렐레 음계 연주하는법 터득하고는 아는 멜로디 이것저것 뚱땅뚱땅 연주하는데
갑자기 에반게리온 혼의 루프란(魂のルフラン) 이걸 연주하는거임 ㅋㅋㅋ
하 미친...오타쿠 설레욧...
이정도면 덕후사이에선 유명한 노랜데 일본사이트에는 코드표같은거 나와있지 않을까?
집에들어가자마자 코드표찾고 근데 밤이라서 우쿨렐레 쳐볼수는없고
오랜만에 설레서 잠못잤다;;
그리고 오늘 퇴근하고 와서 코드만 살짝 잡아봤다 ㅎㅎㅎ
오늘의 생각
내 취향은 오타쿠취향이라는걸 인정해야되는데 100% 인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노래도 동방프로젝트, 일본 애니송, 그외에 일본풍 리듬게임음악들 이런쪽이 많은데
주변에서 무슨노래 듣냐고 물어보면 어차피 잘 모를거같으니
아? 저 노래 잘 안들어여 ㅎㅎㅎ
이런식으로 말을 해버리니까 나 스스로도 취향이 없다고 세뇌되는것 같다;;
오타쿠는 아무래도 무난무난한 사교활동을 하기에는 좀 불리하다고 생각이 드는게
일하고 쉬는시간에 오타쿠는 오타쿠취미 즐기고 갓반인은 갓반인취미를 즐길텐데
갓반인 -> 본인이 즐기는 것들을 그대로 대화소재로 활용가능
오타쿠 -> 갓반인취미를 평소에 의식적으로 따라가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하기도 어려움.
여기서 오타쿠취미를 숨기면 -> 그럼 넌 뭐하는거야? / 뭐듣는거야? / 뭐보는거야?
여기서 오타쿠취미를 밝히면 -> 아 얘는 이상한거밖에 몰라;;
하지만 오타쿠의 시간이나 갓반인의 시간이나 똑같이 24시간인데...
그래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꾸 오타쿠취향은 한쪽으로 밀어두고
일반적으로 대화소재로 삼아도 거부감 없는 취미를 찾으려고 이것저것 해봤는데
우쿨렐레도 시작은 그랬던 거다.
그치만 대외적인 취미를 갖는 것과, 취미로 인해 진짜 설레고 짜릿한 느낌을 갖는건 역시 다르다고 느꼈다 ㅠ
우쿨렐레로 오타쿠노래 열심히 해서 실력 좀 쌓다가
대외용 가요 몇개 연습해 봐야겠다 ㅋㅋㅋ
그래도 버스커버스커 노래같이 멜로디 익고 유명한 노래 칠수 있게 되면 그것도 나름대로는 뿌듯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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