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그 추레했던 고시생은 지금 어떻게 살까 -2-
도서관의 그 추레했던 고시생은 지금 어떻게 살까 -1- 나는 소위 '사짜 직업', '전문직'이라 하는 자격을 얻기 위해 2년 반정도 수험생활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활 3년까지를 게임 등등으로 날린
na-eun.tistory.com
지난 이야기 요약
나는 전문직 자격을 얻기 위해 수험생활을 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거의 끊다 보니 책상에 앉아서 자꾸 과거의 상호작용을 반추하게 되었다.
과거를 반추하면서 '나대지 말자' 등의 깨달음을 얻었고, 한층 성장한 사람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합격생 모임에서 한두번 작은 갑분싸를 만들고서 '나대지 말자'를 되새긴 결과 정말 아무와도 친해지지 않았다!
수 년이 지나서도 SNS나 합격 동기들과의 단톡방을 보면서 소외감에 혼자 쭈글해진 나... 이게 성장한 모습이 맞나?
상담기법 중에 '인지행동치료'라는 게 있다.
나는 비전문가이니 정확한 설명은 아니지만, (자세한 내용은 맨 아래쪽의 책을 추천)
내가 갖고 있는 신념이 합리적인지 일정한 기준으로 검증해 보고, 내 신념이 비합리적이라면 신념을 수정함으로써 행동을 치료할 수 있다? 이런 느낌으로 이해 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나를 미워할 수 있으니 나대면 안 된다.
-> 내 신념은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가? : '나댄다'의 기준부터가 애매하지만, 시끄럽고 말 많은 지인 중에서 유머러스하고, 정의로우며 인기 많은 사람도 있다. 따라서 미움받지 않기 위해 반드시 말을 아껴야 되는 것은 아니다.
-> 내 신념은 논리적인가? : 그렇지 않다. '나댄다'의 기준은 내 행동을 보는 상대방의 생각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내가 '나대지 않기'위한 행동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내 신념은 논리적이지 않다.
-> 내 신념은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는가? : 그렇지 않다. '나댄다'의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므로 모든 사람들이 보기에 나대지 않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으려면 아무 말도 하지 말아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 내 신념은 내게 도움이 되는가? : ...그렇지 않다. 실제로 나대지 않기 위해 모임에서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와서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신념은 무엇인가?
-> 물론, 대화에서 안 꺼내는 게 좋은 주제도 있다. 하지만 '안 꺼내는 게 좋은 주제'는 상대방이나 상황에 따라 상대적이기 때문에, 항상 적절한 말을 꺼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내 앞의 상대방에게 무심코 형제관계를 물어봤는데 상대방이 형제를 잃은 사람이라면?
따라서, 일반적으로 거부감 드는 주제(정치, 종교 등...)는 피하되, 그 외에 상대방에게 궁금한 점은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얘기나 내 생각도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다. 혹시 상대방이 불쾌한 기색을 보이면 사과하고, 앞으로 유의하면 된다. 사과를 받아주지 않고 멀어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안 미워할 수는 없기 때문에 멀어지는 사람들은 보내줘도 된다.
이런 식으로 내가 사람들한테 어느 정도는 말을 걸어봐도 된다고 신념을 바꿀 수 있다면
사람들이랑 대화도 늘고 나아가서 친한 사람도 생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한두 번만 해본다고 행동이 완전히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나도 잠시 열심히 모임도 나가고, 꽤 재밌는 시간도 보내 보고 멤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솔직히... '사람들이랑 꼭 친해져야 하는 건 아니니까' 하고는 주로 혼자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까, 합리적인 신념에 따른 행동을 계속 시도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해서
체화가 되어야 행동을 완전히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인지행동치료 관련 내용을 길게 쓴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지행동 '치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 신념을 수정함으로써 일어나는 행동 변화는 강력하다.
그런데 나는 수험생활에 혼자 책상머리에서 인생을 반추한 결과 나대지 말아야 된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 신념은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전혀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내 수험기간은 2년 반정도였고, 2년 반동안 하루에 몇시간씩 인생을 반추했으니
나대지 말아야 된다는 신념이 확고해지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내가 생물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반복적인 생각에 따른 신경 자극으로 인해 뇌의 뉴런들의 연결 패턴 자체가 바뀌어 버린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 신념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으며,
누군가가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봐주기 전까진 왜 인간관계가 망했는지 자각조차 못하게 되었다.
'도서관의 그 추레했던 고시생은 지금 어떻게 살까'에 대한 결론:
합격은 했지만, 책상머리에서 혼자 만들어낸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5년도 더 지난 지금도 후유증이 남아 있다.
책 추천: 앨버트 앨리스 '오늘부터 불행을 단호히 거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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