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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이 생각

자기 취향도 옅고 의견도 피력할줄 모르는 사람.

by 나은이😊 2022. 8. 1.

어제는 사회성, 인간관계에 대해 평소 생각했던 것들을 많이 해소하고 났더니

오늘은 그런 키워드에 빠져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치만 유튜브를 보다가 부모 양육 관련해서 자식의 마음을 대변한? 그런 영상을 보고나서는

부모 원망이라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는데...;;


나는 엄격한 엄마와 방임형 아빠 밑에서 자랐다.

라고 하면 부모님이 나쁜 사람들 같지만

사실 양육을 잘 해주신 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엄격하다고는 해도 어릴때 회초리 몇번 때린거 말고는 때려가며 키운것도 아니고

아빠도 때리거나 폭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엄마 아빠 두분다 노력하셔서 집을 가난하지 않게 일궈 나가셨고...

 

그치만 그런 엄빠 밑에서 자란 나는 자기 취향도 옅고 의견 피력할줄도 모르는 찐따로 자라나게 된다;;

엄빠는 나를 비교적 정상적으로 키워주신 것 같은데 나는 왜 찐따같이 자랐지?

특히 엄마 앞에서는 엄마가 내 생각을 말해보라고 해도

이게 함구증인가 싶을정도로 말이 턱 막혀서 아무 말도 안나올때도 있고...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엄마가 나를 엄청 강하게 휘어잡은건 아니라 하더라도

당신의 생각이 관철될때까지 은은하게 옆에서 자꾸 뭐라하니까

'에휴 저사람한텐 말을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고 그냥 엄마말에 따르는 경우는 많이 있었던 것 같다.

 

20대 후반쯤에 부모님 집에서 살때 작은 에피소드하나 생각났다.

당시에 내가 결혼식 많이 다녔었는데 어느날도 결혼식가려고 집 나서니까

 

엄마: 축의금 챙겼어?

나: (5만원짜리 2장을 보여주며) 엉~ 챙겼지~

엄마: 10만원 하는데 그걸 5만원짜리로 하면 어떡해. 딸랑 2장만 내면 그게 뭐야.

나: 5만원짜리 2장이든 만원짜리 10장이든 똑같은 10만원인데 뭐어때?

엄마: 그래도 2장이랑 10장은 느낌이 다르지... ATM 가서 만원짜리 뽑아가지고 가.

나: 안돼 나 늦어~!

엄마: (지갑에서 허겁지겁 만원짜리를 세서 건네며) 자, 이거 가지고 가고, 그거 줘.

나: (5만원짜리를 엄마한테 드리며) 하 네... 알겠어요.

 

이렇게 한번 실랑이 하고 나면

나는 만원짜리든 5만원짜리든 똑같은 액수면 상관없다는 생각이 바뀌진 않았지만

다음에 축의금 준비할때 또 실랑이할까봐 괜히 만원짜리로 준비하게 되곤 했음;;

 

근데 나중에 외할아버지 돌아가셨을때 내가 부의금 세는역할 한적있는데

3만원만 했다 이런분들 아니고서는 95%정도는 5만원짜리로 하신듯...

그동안 여러번의 결혼식에서 의도치않게 쪽팔려게임 하고온것같구여...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깐 이제...

엄마도 어른이고 나도 어른인 입장에서는 꼭 엄마 생각이 맞는게 아닌경우도 많은데

저렇게 엄마 생각을 관철시키려 하실땐 어떡해야 되지?

하나씩 다 들어줬다가 결과가 안좋았을 때는 괜히 엄마 원망만 하게 되고...

 

예를 들면 위의 축의금 에피소드에서는 만원짜리 10장 날려버리면서

"아니! 액수가 똑같은데 뭔상관이냐고!!!"하면서 ㅈㄹ발광 했어야됐나?

아니 이런거말고... 좀 정상적인 해결방안 없나?

 

나는 보통 내 생각이 너무 맞는것 같을때라고 해도

일단 엄마 앞에서는 "넹 알겠어요."하고 

뒤에서 에휴... 하면서 내 생각대로 행동하고 그랬어서

엄마한테 내 생각을 관철시킨적이 거의 없는것같다...

아니 관철이 뭐야. 내가 엄마 행동에 대해서 내 의견을 몰아붙인것도 아니고

내가 하려는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겠다는 건데.

 

이렇게 내 행동방식에 대해서조차 엄마한테 주장해본 적이 잘 없어서

축의금 같은 사소한 것에서도 계속 간섭해도 내가 괜찮은줄 알고 자꾸 말씀하시는것 같긴 한데...


생각해 보니까 독립하고나서 삶의 양식이 약간 내 식대로 바뀐건 있긴하다.

그래봤자 엄마를 설득한건 없고 혼자 행동한 것에서 벗어나진 않지만;;

- 주말 아침에는 좀 늦게 10시쯤에 일어나고, 주말 아침식사는 굳이 안한다.

- 출근도 회사 플렉서블 규정의 한도 내에서는 느긋하게 한다.

- 친구네 집에서 한번 자고 와봤다.

- 토마토 먹을때 설탕도 뿌려먹는다.

- 본가에서와 다르게 쌀밥을 거의 안먹게 된다. 탄단지 맞춰서 재료 이것저것 바꿔 먹으면 얼추 괜찮다고 생각한다.

- 관심있는 TV프로를 조금이라도 보기 시작했다. 하다못해 내가 보고싶은 유튜브라도 TV로 틀어놓으면 기분이 좋다.

(TV의 경우 본가에서 가족들은 많이 봤는데 나도 같이 보고있을때 내 양해도 안구하고 가족들이 채널을 돌리면 기분은 상하는데 '어쨌든 저사람은 이 채널 보기 싫은거니 어쩔수 없지' 라고 생각하고선 채널을 다시 돌려달라고 해보지 못했다)

 

근데 독립하면 뭔가 대단한 취미를 하거나 밖에도 자주 나가고 인생이 엄청 즐거워지고 그럴줄 알았는데 내가 변하지를 않으니 생각보다 크게 달라진건 없다.

생각해 보니 취미용품이나 인테리어 용품을 들여와도 이제는 괜찮을것 같다.

오랜만에 연락온 친구가 캠핑 가자고 제안했는데 캠핑을 가봐도 재밌을 것 같다.

 

내 기준에서 뭐가 괜찮고 뭐가 안괜찮은지 좀더 알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시도해봐야겠다.

내 기준이 서면 부모님한테 적어도 내 행동, 내 선택에 대해서는 변호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오늘은 자꾸 원래주제에서 벗어나는것 같긴 한데;;

글쓰기 버튼 누르고 나니까 독립하고 해낸거 하나 생각났다.

지병의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본가에 있을때는 엄마가 병원좀 가보라고 가끔 말하셔도 '(병생겨서) 오히려좋아~' 이 ㅈㄹ했는데

이제 내가 먼저 말하지 않으면 엄마가 병원치료에 개입할수 없겠구나 생각돼서 병원 다니기 시작했다.

혼자 동네병원갔다가 -> 큰병원 가보라해서 대학병원갔다가 -> MRI도 찍고 오구 -> 수납, 실비청구 이런거 똑띠 잘하구

이상한데서 쾌감 느끼고있음 ㅋㅋ

근데 왜 '오히려좋아~'인지 궁금할수 있는데 이건 반어법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나중에 지병 썰은 새로운 글로 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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