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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이 생각

도서관의 그 추레했던 고시생은 지금 어떻게 살까 -1-

by 나은이😊 2022. 7. 31.

나는 소위 '사짜 직업', '전문직'이라 하는 자격을 얻기 위해 

2년 반정도 수험생활을 한 적이 있다.

 

대학생활 3년까지를 게임 등등으로 날린 상태였기 때문에

더이상 인생을 조질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각오를 단단히 하고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피쳐폰으로 바꾸고, 소리소문없이 잠적했다.

도서관에는 오전 8시 좀 넘어서 도착해서, 23시에 퇴장하는 일정을 반복했다.

외관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생각해서 옷이 더러워지기 전까지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고 다녔다.

수험기간 중에 잠깐 복학했을 때 빼고는 진심으로 공부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공부에 최선을 다했지만, 사실 도서관에 있는 모든 시간을 공부만 하지는 못했다.

도서관에서 점심, 저녁 먹고 간혹 산책하는 시간을 빼도 11시간 정도가 있었는데

스톱워치로 소위 '순공'시간을 체크해 보면 6시간 정도가 최대였다.

 

그러면 남은 5시간은 자리에 앉아서 뭘 하는가?

매일 매일 '반추'하는 것이다.

무엇을 반추하는가?

수험생활 시작 전에 살아왔던 인생을...

 

사람들과의 새로운 상호작용이 거의 없으니 자연스럽게 이전 데이터를 끄집어내게 되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중학교 1학년 때 좀 산만하다 싶을 정도로 나대고 다녔다.
교우관계도 괜찮았던 것 같고 학교생활이 즐거웠는데 담임이 나를 혼내면서 이런 말을 했었다.
"그거 아니? 반 애들이 너가 반 분위기를 다 망친대!"
그때는 '어이없네? 본인이 나 싫어하는 거면서 애들까지 팔아먹네...'라고 생각했었는데
잠깐,
당시에 이동수업 갔다 왔는데 내 필통이 잔뜩 밟혀서 필기구가 다 망가진 일이 생각났다.
범인을 못 잡아서 여자애들한테만 위로받고 넘어갔었는데,
와, 나 누구한테는 원한을 샀던게 맞구나...
그때 담임이 한 말이 팩트였나보다.
범인이 당연히 남자애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범인이 누군지는 상관없이, 여자애들도 날 싫어했었던것 같다.
베프는 아니어도 반에서 보면 장난치고 다녔던 미영이, 소희, 혜미, ...등등도 사실 날 싫어했을까?
눈치 챙길걸.
하지만 난 눈치가 없으니 사회생활 할땐 최대한 나대지 말고 조용히 있어야겠다.

이렇게 인생을 반추하는 시간이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뜻깊다고 생각했었다.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활발히 할때는 내 자신을 돌아볼 일이 없지 않았는가?

게다가 '나대지 말자' 정도의 깨달음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래서 내 지금의 모습은 추레하지만, 정신적으로는 성장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합격하면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할 것이고,

떨어지는 경우에 대해서는 상상하긴 싫지만 어쨌든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살 길을 찾아나설 것이다.

 

글이 길어져서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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