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수능본지 10년도 더된 사람인데
한동안 수능날이어도 별생각 없다가 오늘은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 들어서 뻘글씀
나는 수능을 절대적으로 못봤던건 아니었음
이과생 언수외 123 받고 그냥 그정도로 분수에맞는 대학갔음... (이젠 언수외 아니고 국영수라 한다면서요?)
근데 부모님이 굉장히 실망하시긴 했다.
채점할때부터 사실 초상집 분위기였기도 하고 ㅋㅋㅋ
대학 정시로 합격해놓은 상태에서도 진지하게
재수해볼 생각 없냐고... 생각만 있다면 1년정도는 지원해줄수 있다고... 하셨으니 ㅠ
부모님 입장도 이해가 안되진 않는게
저 성적이 평소 모의고사 성적에 비해 말도안되게 망한성적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모의고사 보면서 언수외 합 6뜬 적이 많진 않았음; 그러니 아쉬우셨겠지...
근데 나는 "전공공부 하면서 새로운 경험 쌓는게 나을것 같아요" 이런식으로 둘러대고 그냥 대학 갔다...
사실 전공공부 어쩌고는 명분이고
고2때부터 틈틈이 하던 게임 있었는데 ㅋㅋㅋ
고3때 영혼없이 학원, 야자 뺑뺑이 돌면서 눈치보면서 게임 찔끔찔끔하느라 지쳐있었어가지고
걍 눈치안보고 게임하려고 대학감 ㅋㅋㅋ
그때 간 대학은 자랑스러울것도 없지만 컴플렉스까진 아니라는 느낌이었음
여기서라도 열심히 했으면 졸업할때 쯤엔 대기업 가고 그랬을거임... 동기들도 실제로 대기업 많이갔고
근데 나는 앞서말한 게임하다보니까 벌써 4학년이 코앞이더라 ㅋㅋ
인생 망하는게 특별한 사건 일어나서 망하기도 하겠지만 서서히 망하다가 나중에 하나의 결과로 드러나기도 하네?
예를들어 게임동호회 가도 사람들이 "올~ XX대생~~" 이러고 마니까 특별히 망한지 모르고 살아갔는데
4학년 되기 전에 대기업 인턴 몇군데 지원해서 면접도 보고왔는데 음...그때 좃된거 알았음
(이거도 썰 많은데 이건 다른글로 나중에 쓰겠음)
1년 더 빡세게 해서 대기업을 갈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각이 안나옴...
어차피 대기업도 1년해도 못갈거같은데
전문직 시험봐서 몇년안에 붙으면 대충 그동안의 과오를 만회할수 있을거같아서 공부해보기로 함 ㅋㅋ
근데 이런 시험은 어떻게 공부하는 거지??
잘 몰라서 일단 학원 설명회 가보고 그랬었는데
갑자기 게임동호회에서 알았던 공시생 오빠가 생각났음
이사람은 같이 게임 열심히하는 장수생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아공법? 이라는 공부방법 책 누구한테 소개받고는 잔뜩 고무돼서
"하... 이제는 진짜 빡공간다ㅡㅡ" 하면서 게임을 접는거임
결국 이사람은 한달을 못가고 다시 게임하러 오긴했지만 ㅋㅋㅋㅋ
그렇게 공부방법만을 다루는 책이 있다는게 신박해서 기억에 남았음
나는 최규호 변호사의 '불합격을 피하는 법'이라는 책을 구매했음
이 책은 저자가 수험생활 전반에 관해서 인터넷에 연재한 짧은 글들을 엮은건데
와... 전혀 몰랐던 참신한 내용이 많았음
예를 들어서 나는 이런 시험 공부 하려면 기본강의, 문제풀이강의, 최종정리강의 이런식으로
학원에서 제공하는 1년 풀커리 따라가면서 강의끝나면 저녁에 복습하다가 시험날을 맞이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책에서는 강의를 듣지말고, 기출분석을 하고, 혼자서 '회독'을 이렇게저렇게 해서 마지막엔 요렇게저렇게 하라는거임.
이런 직접적인 공부방법 말고도 수험생활과 연애, 수험생활과 균형잡힌 식사, 수험생활과 의복 등등
공부방법에 대해서 이렇게 방대하고 디테일하게 고민할수 있구나...싶었음
게다가 책에 알게모르게 동기부여 목적의 글도 많아서
'와 ㅅㅂ...여기서 시험에 떨어지면 진짜 부모님 등골 빼먹는거구나'
라고 생각하며 간담이 서늘해지면서
각.성.했.다.
이날 이후부터는 한결같이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일사천리로 진행했다고 생각함
크고작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물론 여러번 있었지만
그래도 거의 보물지도를 들고서 보물찾기를 하는것과 다르지않았음
앞서서 수능때 언수외 123이었다고 하지않음?
잘은 모르겠지만 전체 수험생의 상위 5~10% 정도였을거라고 생각함
근데 이시험 공부할때는 일단 전문직 시험 자체가 어느정도 공부좀 해봤다는 사람들이 시작하는건데
1차 객관식 시험 볼때 모의고사에서 상위 1%찍고 실제 시험에서도 등수는 모르지만 합격컷보다 20점 넘겨서 붙음;
2차 논술형 시험은 한번 떨어졌는데 합격수기같은거 분석해서 새로운 보물지도를 만들고 다음해에는 붙을수 있었음
아 ㅅㅂ 수능때 진작 잘 공부했으면 SKY를 갔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애매한 학벌이 처음으로 아쉽더라
그치만 지금생각해도 수능때 공부 대충하고 게임한거에 별로 후회는 안함
내 나름대로의 표현으로는, 고3때는 공부에 대한 '나만의 육하원칙'이 없었기에
어차피 공부를 잘 할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생각함
고3때의 공부상황을 육하원칙에 맞춰서 생각해보면... 납득가능한건 '누가? -> 내가' 이거밖에 없는거같음 ㅋㅋㅋㅋ
누가: 내가
언제: 수업시간에, 야자시간에
어디서: 학교, 학원
무엇을: 수능특강을, 학원교재를
어떻게: 열심히
왜: 엄마가 SKY가야된다고 해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에 대해서조차 당시에는 학교, 학원 스케줄대로 움직이고 내 스스로 생각한적이 없었는데
전문직 공부할때는 확실히 디테일해졌음
예를 들어, '어디서' -> 전문직 현직에 있는 친척분이 칸막이독서실에서 집중해서 하면된다고 말하신적이 있는데
일단 공공도서관 중에 칸막이 있는데가 있어서 몇달 열심히 다녔음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공부 하다말고 어릴때 왕따당한 기억같이 안좋은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 칸막이 안에서 펑펑 울다가 공부하다가 이런일이 잦아졌음;;
이 상황이 공부에 너무 방해될것 같아서 잠깐 정신과 상담을 받았는데
의사선생님이랑 얘기하다보니까 칸막이 도서관이 아니라 넓은 탁자같은 탁트인 자리에선
부정적인 생각에 저렇게까지 몰두했던 적은 없었던걸 깨닫게되고, 바로 도서관옮김 ㅋㅋㅋ 개굿
고3이라 해도 이런 자각이 있었다면 학교선생님이랑 잘 상의해서 공부환경을 선택할수 있었을것 같음...
'언제' -> 이것도 공부하다보니까 8 to 11 이상은 할수없다는걸 몸으로 알게됨
위의 친척분이 본인은 6 to 12를 했다고 우리엄마한테 말하시는바람에
'저거저거 저렇게 해서 시험에 어떻게 붙을라고' 라는 의심을 받고 갈등을 빚은적이 있는데 ㅋㅋㅋ
결국 본인 공부스케줄과 쉬는스케줄도 자신을 잘 관찰해서 구체적으로 결정해야됨
'어떻게' -> 이거는 너무 디테일하고 방대한 주제이지만 위에서 쓴것과 같이 보물지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해당함
요즘은 개개인의 썰들에 접근하기 좋은 시대라 보물지도에 대한 힌트를 얻기 좋은거 같음.
근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보다 중요한게 '무엇을', '왜'라고 생각함...
'무엇을' -> 무슨 공부를 할지 정해진 상태라면 공부 범위를 설정하는 것도 '무엇'에 해당하지만
하지만 좀더 포괄적으로 생각했을때 무슨 공부를 할지? 무슨 시험을 볼지? 이것도 '무엇'에 해당할수 있겠다 싶음
나는 시험 준비만으로 한정했을 때 공부 범위는 적당히 대세 따라서 잘 선택했던거 같은데 ㅋㅋㅋ
어떤 진로들이 있고 내가 왜 이 진로를 선택하는지? 이 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삼전 주식을 살까~ 어디 주식을 살까~ 거의 이수준으로 뛰어들어서 좀 아쉬움 ㅋㅋ...
대기업, 대학원 둘다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니
최고의 선택은 아니어도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정신승리하면서 살고있음
'왜' -> 내 경험만 놓고보면 고3때보다는 전문직 공부할때
일단 '왜' 시험 봐야되는지 이유가 생긴것만으로도 상당히 원동력이 되었음
예전에는 부모님이 SKY 가야된다고 말하고 혼내고 그래서 영혼없이 했었는데
그래도 전문직 공부할때는 음...
내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에게 폐가 된다는 점이 빨리 붙어야할 이유가 되었다 ㅠ
이 글쓰면서 생각해보니
나는 이러이러한 멋진 전문인이 될거야! 하는 식의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아니었다는 점이 아쉽긴하다.
만약 운이나빠서 수험기간이 길어졌다면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폐가 되지 않는 어떠한 결단을 내렸을지도...
솔직히 지금도 일단 태어났으니 적극적으로 죽기는 뭐해서 살고있는데 ㅋㅋ
'왜'는 지금 와서도 생각해봐야될 문제 같다.
왜 살아야되지? 이런게아니라... 왜(어떤 목적을 갖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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