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성 부족한 내가 사교성을 키우려면
일단 내가 아무리 성인이고 직장인이어도
현 상황에서는 웬만한 사교성 좋은 중고딩보다도 사교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당장 직장인 수준의 사교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되는데!!
그걸 인정하는게 쉽지않다...
예를 들어서 모임에 갔다가 인사 빼고는 말 거의 한마디도 못하고 혼자 붕 떠있다가 돌아왔으면
다음 모임에 갈때는 '이번엔 좀더 잘해 봐야지!'라고 각오를 다지면서 집을 나서곤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모임 가서 말 한마디라도 더 하고 오면 이전보단 잘한거 아니겠음?
그런데 막상 모임 가면 내가 말 한마디라도 더 걸어 보지만 여전히 기분이 어색한 반면에
남들은 너무 능숙하고 하하호호 즐거워보여서
'남들은 다들 저렇게 자연스러운데 나는 또 왜 이모양이지?'라고 생각하고 집에와선 땅굴을 파게 된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어떤사람이 본인 얘기 썰푼걸 읽은게 떠올랐다.
공부 안하던 사람이 고등학생인지, 성인인지 돼서야 늦게 공부 시작해서 잘되는 내용이었다.
처음에 기초가 너무 안돼 있어서 중학교 책부터 시작했다는 내용을 보고
'기초가 안돼 있으면 그럴 수밖에 없겠네'라고 당연하게 납득하고 넘어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되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겠구나 싶다.
나도 미숙한 대로 하나씩 부딪혀 봐야 40대쯤 돼서라도 평범한 직장인 수준의 사교성을 가질 수 있을텐데
사교성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보니까 기초단계의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너무 부끄럽다...
아...그래도 나도 대학생때까지는 약간 부족한 사교성으로나마 사람들이랑 잘 지내보려고 애썼었는데 ㅎㅎㅎ
뭐 엄청 대단한걸 한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서
동호회 모임에서 처음보는 사람한테 먼저 말 걸어봤더니 그 사람이 나중에, 먼저 말 걸어줘서 고마웠다고 얘기한다든가
학교 술자리든 뭐든 여러명 모임에서도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어가진 못해도, 사람들 말 사이사이에 드립 끼워넣어서 주변을 빵 터뜨린다든가
팀플 하는 사람들한테 팀플 외적으로도 자료공유 해줄수 있는건 적극적으로 공유해주고 밥한번 얻어먹었다든가
이런식으로 나름대로 노력하고 작은 성과에 소소하게 뿌듯했던 순간도 있었다...
'여중생 A'라는 웹툰을 보다가 아래 장면을 보고 무릎을 탁 친적이 있었다.
아래 장면은 '장미래'라는 학교에서 겉도는 주인공이 학교 밖에서 조원들 만나서 봉사활동인지 뭔지를 하고 나서 패스트푸드점에서 같이 점심식사 하면서 조원들이랑 평범하게 수다떨다가 '나 지금 완전 정상인같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나도 사람들이랑 잘 지내보려고 애쓰고, 작은 성과를 얻을 때마다 '나 좀 괜찮아 보이네?'라고 생각해왔는데...
하지만 취준 하면서부터 내가 대인관계에서 얻었던 작은 성과들은 아무것도 아니고 오히려 너무 초라하구나... 생각했었다.
편의상 취준이라고 말은 썼지만 사실은 대기업 인턴 몇개 써보고 인턴 면접 딱 두번 보고 나는 좁밥이구나...ㅠㅠ 하고 취업 포기하고 도망쳐 나온게 전부였음 ㅋㅋㅋㅋ
이 좁밥썰을 시간날때 자세히 풀어보려고 생각은 하고있는데... 어느 지점에서 초라함을 느꼈는지 간략히 적어보자면
1. 위에 예로 들었던 내가 인간관계에서 애쓴 에피소드 정도는 자소서에서도, 면접에서도 하등 쓸모없었음.
2. 대학교에서 친구도 생기고 외부 동호회도 하면서 대인관계를 웬만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취업관련 정보를 공유할 과 인맥이 없었음. 아니 서로...같은과인줄도 모름 ㅎ
3. 조별면접에서 조원들끼리 상의해서 문제해결해야 되는 과제가 주어졌는데, 맨날 옆에서 조미료 치듯이 드립만 쳤던 나는 정말 한마디도 못함... 남들은 말을 조금씩 거들기라도 하는걸 보면서 남들보다 내가 고차원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심각하게 결여된걸 깨달음.
한때는 취준 경험이 그래도 자기객관화를 시켜주었던 경험이라고 생각했는데
현재는 자기객관화로 눈만 높아진 꼴이다...
요약하자면 취준 전까지는 그래도
'오 사람들이 내말 듣고 빵터지네? 나도 이제 정상인 같다 ㅎㅎ'하면서 중고딩 수준 사교성으로도 잘 지내보려 했었는데
취준 겪고나서부터는
'아 뭐야, 내 사교성 수준미달이었네. 어차피 해봤자 남들처럼도 못하는데 그냥 안하는게 서로한테 좋겠다...'이렇게 된것 같다.
혼자서도 괜찮아! 라고 정신승리하면서, 대인관계를 지독하게 회피하는 방향으로 어찌어찌 취직도 하고 삶을 구축해나가고는 있었는데
솔직히... 의사소통 욕구가 없진 않다.
의사소통 욕구가 아예 없었으면
뭐하러 이런 글을 시간 들여가며 공개글로 쓰겠는가...ㅠㅠ (←근데 막상 읽었다는 흔적 있으면 개쫄림;;)
여기 글쓰는것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람냄새 나는 글을 읽어대기도 하고, 스피치 수업과 심리상담 등등을 받아보기도 하고... 혼자가 괜찮다고 하면서 사실은 누구보다 대인관계에 집착하는 찐따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교성을 키우려면 중고딩 수준의 사교성부터 시작해야 된다는걸 인정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사교성이 웬만큼 좋아지기까지는 그동안의 시도가 부정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걸 알고 대인관계를 시도한다는건 정말 엄청난 용기를 필요로 하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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