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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이 생각

모임에서 대화하기 어려웠던 근본적인 이유

by 나은이😊 2022. 7. 17.

차라리 업무미팅같은 걸 하면

말을 잘한다?까진 아니어도 필요한 말을 할수는 있는데

사교적인 모임에 나가면 항상 말을 너무 찐따같이 못한다고 생각하곤 했다.

 

예를 들어 내가 퇴근하고 모임에 나타나면 먼저 와있는 사람들이 의례적으로

"회사 다니는 건 어때?"하는 식으로 물으면 나는 혼자서

 

'어떠냐고만 물으면 뭘 대답해야되는거지?

요즘 일이 많아서 힘들긴 한데 힘들다고만 대답하면 걍 이직하라고 하겠지?

근데 또 이직하기엔 다닐만 한것 같기도 한데...'

등등의 생각으로 머릿속을 꽉 채우고는 과부하가 와서

 

"네? 아, 뭐 그냥 그렇죠. 허허" 하는 

안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대답을 하고는 자리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듣기만 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듣다 보면 

'저 오빠네 회사는 진급하면 저런 복지가 있구나'

'저 언니네 회사는 다들 가고싶어하는 곳인데, 성격이 안 맞으면 힘들 수도 있구나'

이런 식으로 생각이 피어오르다 사라지는데, 그 끝에는

똑같은 회사 얘기여도 다들 알맹이 있게 말하는데 왜 난 찐스럽게밖에 말을 못할까?

라는 자책만이 가득하곤 했다.

 

결국 나는 말을 잘 하고 싶어서 스피치 코칭을 받으면서 깨달은 게 있었는데,

내 경우에는 근본적으로 놓치고 있었던 게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가?

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서, 위의 "회사 다니는 건 어때?"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내 대답에 분명한 의도를 넣는다면 아래와 같이 다양한 대답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저 요즘 재택근무 시작해서 너무 좋아요! 여기 복지는 괜찮아요" <- 그러니까 당신도 우리 회사 와라.

"저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요ㅠㅠ 언니네 회사는 혹시 사람 안뽑아요?" <- 살려주세요...

"네 뭐, 일이 많아서 힘들긴 한데 성격에는 잘 맞는 것 같아요" <- 엄청 좋은건 아니지만 당장 옮길 생각은 없다.

등등...

 

그렇지만 나는 꼭 필요한 말을 할 때를 빼면 말에 의도를 넣는다는 개념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었고

사교적인 모임에 가면 그냥 이 시간을 무사히 넘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상대방이 나한테 말을 입력하면 기계적으로 말을 출력하고 보는 자동응답기와 같은 행동밖엔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음 모임에서 또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 대답에 어떤 의도를 넣어야 할까?

 

나는 실제로 지금 회사에 만족하고 있나? 

아니면 너무 힘든데도 이직할 엄두가 안나서 가만히 있는 건가?

혹시, 모임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 중에서 평소 궁금했던 일은 없나?

 

여기까지 생각이 뻗게 되면

나는 알맹이 있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알맹이 없는 사람이구나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내 삶에서 주체적인 의도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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