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거래처 미팅에서 있었던 일.
먼저 약간 배경설명을 하자면,
나는 지금 하는일에서 6년차 된 사람인데
예전에 어떤 회사를 좀 오래 다니다가 지금 회사로 이직해서 1년쯤 된 상황이다.
거래처 미팅에서 A님과 B님을 만나기로 했는데,
A님께서 먼저 오셔서 명함교환을 했다.
A님은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자분이었는데,
강단 있는 이미지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가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려 주셨다.
A: (명함을 보며) 이 회사(우리 회사) 오신지는 얼마 안 되셨죠?
나: 네! 이제 1년 됐습니다.
A: 이쪽 분야 어렵지 않으세요? 전공도 이쪽이세요?
를 시작으로 스몰토크를 나누다가 B님께서 오셨다.
B님은 젊은 남자분이었는데, A님은 B님과도 친밀하게 스몰토크를 나누시다가,
A: B님, 이분께 잘 설명해 드려야 돼요. 이제 2년차래요~
B: 아, 그러시구나. @#&^$^%@#...
나: ??????
엌ㅋㅋ 생각해보니까
나는 내가 한번 이직해서 6년차인걸 알고 있고 우리 회사 사람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거래처에서는 내가 여기가 첫 직장이라고 생각할수도 있겠구나...
내가 이 일을 일찍 시작한 편이라 얼굴에 6년차라 써져 있는것도 아니고;;
근데... 2년차랑 3년차 정도의 차이도 아니고 2년차랑 6년차는 좀 큰것 같아서 왠지 정정해 드려야 될것 같긴 한데
A님과 B님께서 말을 쉬지않고 핑퐁 하시는데
"전 6년찬데요!"
하고 말하면 누구 말을 잘라야 할것 같은데, 말을 자르고까지 말하면 좀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나...
하고 결국 말씀은 못 드렸다.
집에가면서 나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줄도 모르는 자신이 부끄러우면서도
나중에 혹시 명함 정리하시다가 직급이라도 보시겠지... 라고 정신승리함 ㅠ
나는 평소에도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본인들의 판단 하에 얘기할 때
그게 실제 내 생각 또는 내가 처한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오해를 바로잡아도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공격적으로 들릴까봐
큰 문제가 아니다 싶으면 그냥 상대방 말에 동조해주거나, 이도저도 아닌채로 머뭇거리곤 했다.
그런데 언제 병원에 갔다가, 상대방의 말을 정정하면서도 크게 공격적이지 않게 말할수 있겠구나 생각한 일이 있었다.
어떤 할머니 손님과 중년 여자분인 데스크 직원이 수납하면서 나누는 대화.
손님: 여기 선생님이 바뀌었네~
직원: 아니에요. 저희 원장님 10년 넘게 여기서 진료 보셨어요.
손님: 아니여, 작년에 왔을땐 흰머리 선생님이 봐줬는데 지금은 머리 까만 선생님이 봐줬어.
직원: 아, 저희 원장님이 작년부터 염색을 하셔서 그런가 봐요.
손님: 아 그래요?
직원: 네. 같은 분이세요.
손님: 호호호, 머리색이 달라서 다른 선생님인줄 알았네~
뭐 이런식의 대화였는데,
데스크 직원분의 태도를 보면서 깨달았던 게
서비스를 위해 억지로 웃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감정적으로 격앙되지도 않고서
평범한 어투로 사실만을 짚어주면서도 상대방의 오해를 정정해줄 수 있구나...
만약 내가 데스크 직원이었다면 손님의 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게 너무 부담스러워서
"아하하, 아니에요 손님~ 저희 원장님 바뀐 적 없는데ㅎㅎㅎ..." 할것 같은데
와
정말
하나도
신뢰감이
안생기겠다
;;;
그래서 평범한 어투로 상대방이 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을 정정해 주고 싶은데
아직도 상황이 닥치면 웃음으로 때우고 상황을 넘겨버리고 싶어진다.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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