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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이 생각

위로받고 싶을 땐 차라리 울어버리자 -2-

by 나은이😊 2022. 7. 31.

 

 

위로받고 싶을 땐 차라리 울어버리자 -1-

예전 회사에서 거래처 미팅을 갔다가 오해를 받고 거래처 직원의 분노를 혼자서 받아낸 적이 있었다. 거래처 a부서 A1, A2님과의 미팅이 있었는데, 거래처에서 a부서와 우리 회사의 중간역할을 하

na-eun.tistory.com

 

지난 이야기 요약:

거래처에서 실수한 것을 우리 회사가 실수한 것으로 오해 받아서, 거래처 직원이 일방적으로 화를 낸 사건이 있었다.

오해는 풀지 못하고, 울것 같은 마음을 꾹 참고 그날 저녁 같이 밥먹는 엄마에게 사건을 털어놓아 봤으나 

"너네 회사가 잘못한 거 아냐?"라는 말을 들어서, 내 마음을 헤아려준 남자친구나 팀장님보다 너무 야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화법을 바꾸면 엄마에게도 위로를 받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스피치 코칭을 받으면서, 스피치 강사님께서 피드백 해주신 말씀이 있다.

"나은님은, 너무 명랑해요."

 

...강사님 말씀이 정확히 기억 안나서 뒤에 하신 말씀은 대충 설명으로 적어야겠는데,

내가 기쁜 일을 얘기하든지, 슬픈 일을 얘기하든지 간에

항상 웃으면서 밝은 목소리로 얘기한다고 하셨다.

즉, 말의 내용에 따라서 감정을 적절히 실을 줄 알아야 된다는 말씀이었다.

 

하지만 슬픈 얘기를 하면서 감정을 못 이겨서 울어버리는 건 찌질한 행동이 아닌가?

나는 초등학교 1학년때까지만 해도 소문난 울보였는데

"선생님, 쟤 울어요" 하는 소리를 맨날 듣고는 

이게 왠지 친구들과는 다른 나약한 모습인 것 같아서 울음을 참기 시작하고

점차 울지 않는 사람이 된 것에 자부심을 느꼈는데...

 

강사님께서는 스피치의 예로, 유튜브에 나오는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영상을 보여주셨고,

스피치 강연자님께서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고 말에 더욱 진심이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걸 내 상황에 적용하자면,

'거래처에서 억울한 상황을 겪어서 엄마한테 위로를 받고 싶다'라는 의도가 있었다면

엄마한테 "XX업무가 어쨌고... YY업무가 어쨌는데..."라는 구구절절 설명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엄마 앞에서 "거래처에서 오해를 받았는데... "까지만 말하고 울어버렸다면,

어지간히 사이가 안좋은 엄마가 아니고서는 나에게 위로를 해주지 않았을까??

 

사실 나는 내 감정을 파악하는것 조차도 익숙하진 않은데,

가끔 뭔가 생각이 복잡할 때는 '감정 카드'(자세한 것은 검색을 추천)라는 것을 이용해서 내 감정을 찾아 보곤 한다.

카드에 적힌 구체적인 감정 단어들을 하나씩 보다 보면 복합적으로 섞인 내 감정을

크로마토그래피처럼 분리해 볼 수 있게 된다.

 

내 감정을 명확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한편, 어릴 때는 울어버리고서도 부모님께 감정을 인정받지 못했던 때도 있긴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는데 같은반 남자애들이 괴롭히는 일이 많았다.

집에서 혼자서 울고 넘기곤 했었는데, 언제는 부모님께 울면서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엄마, 아빠, 나 학교 그만 다니고 검정고시 치고 싶어...남자애들이 너무 괴롭혀"

"애들이 어떻게 괴롭히는데?"

 

이때 얘기 드렸던 상황이 전부는 기억 안나고 이 정도 수위였는데,

- 자꾸 애들이 내 뒤에서 머리에 지우개를 던진다.

- OO이는 준비물을 한번 빌려줬더니 이제는 아예 챙겨오지도 않고 나한테서 뺏어간다.

 

엄마 반응은

"너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거 아냐?

그리고 초등학교는 의무교육이라 지금은 자퇴할 수도 없어.

검정고시를 친다고 해도, 왜 학교를 안나오고 검정고시를 쳤는지에 대해서 나중에 이상하게 볼 수도 있어"

 

아니...ㅋㅋㅋ 뭐 지금 생각해도 엄청 자극적인 학폭사례는 아니긴 하고

괴롭힘을 당했다고 학교를 안 나가는 것도 도박적인 것 같긴 한데

 

당장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위로라도 건네줄 여유는 부모님께 없었던 걸까?

내 말만 믿고 담임이나 남자애들한테 따져 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그런 현실적인 해결을 해주지 못해서 덮어놓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내가 충분히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뭐 기타 다른 감정을 느끼거나 한 상황에서도

'이 정도 상황이면 남에게도 충분히 받아들여질 만한 슬픈(억울한, 등등...) 상황이지 않을까?'

하면서 팩트전달에만 집중하게 된것 같기도 하다.


여담으로 지우개 저거는 '지우개를 던진다'가 괴롭힘의 본질이 아님.ㅋㅋㅋ

 

지우개를 맞음

-> 뒤를 돌아봄

-> 다들 아닌척 하는데 일단 A가 의심됨

-> A를 붙잡고 물어봐도 내가 그런건지 봤냐고 오히려 화냄

(사실 A가 실제로 지우개를 던졌는지, 아니면 B가 던졌는지의 팩트는 이 괴롭힘에서 중요하지 않음)

-> 찝찝한 마음으로 다시 자리로 돌아가고, 언제 또 지우개를 맞을지 몰라 불안해함

 

지금 생각해도 무력해짐.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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